권하윤 <옥산의 수호자들>,2024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여러분은 최근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떤 작품들을 감상하셨나요? 오늘날 미술관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 그림이나 조각 외에도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작품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는데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VR이 순수 예술계에서도 이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올해의 작가상 2024>**을 전시 중입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모두 한 번쯤 들어보셨을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미술상인 ‘올해의 작가상’의 4명의 후보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번 올해의 작가상 후보 중 한 명인 권하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매체가 VR이라는 것이죠.
<올해의 작가상 2024> 작가 인터뷰에서 권하윤 작가는 기존 매체와 달리 공간적 경험이 가능하며,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로 VR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VR 매체에 대해 ‘제 3자의 시선이 나의 시선으로 전환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매체로서, 이야기를 통해 기억을 다루기에 적합한 매체라고 생각한다’며 ‘VR은 주관적 시선에 대한 찬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오늘 아티클에서는 예술, 특히 미술 분야에서 작가들이 작품에 VR이라는 매체를 어떤 방식으로 녹여내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레픽 아나돌 “Refik Anadol: Unsupervised” 전시 설치 전경 (출처 : MoMA)
예술과 기술은 얼마나 친할까?
예술과 기술은 전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언뜻 보기에 예술은 감성과 창의성, 기술은 논리와 효율성의 영역으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둘은 정말 동떨어진 분야일까요? 놀랍게도 예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예술은 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아니, 애초부터 예술과 기술은 본래 한 갈래에서 시작되었죠.
**Art(예술)**는 라틴어 **‘Ars(아르스)’**에서 기원된 단어이고, 이 **‘Ars(아르스)’**는 고대 그리스어 **‘Techne(테크네)’**를 라틴어로 번역한 단어입니다. ‘Techne(테크네)’라는 단어에서 좀 익숙한 느낌이 느껴지지 않나요?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단어인 ‘Technic (기술)’의 어원이기도 합니다. 테크네는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인간이 숙련된 기술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이러한 테크네에는 오늘날 우리가 예술이라고 통칭해 부르는 회화, 조각, 건축과 같은 시각 예술뿐 아니라 기술이라고 부르는 목수의 기술, 항해술, 의사의 기술 등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죠. 둘은 아주 오래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그럼 두 분야의 관계성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예술과 기술의 관계, 원근법에서 뉴미디어 아트까지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인상, 해돋이 (Impression, Sunrise)>,1872
르네상스 시대까지 기술은 예술을 뒷받침해 주거나 도와주는 역할에 그쳤습니다. 원근법과 같은 과학 기술이 등장하며 그림이 입체감 있고 사실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지만, 이러한 기술은 사실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정도였죠. 근대에는 예술에 기술이 크게 영향을 끼치며 기술과 예술의 관계가 좀 더 악화되는 사건이 등장하는데요. 바로 **‘카메라의 등장’**입니다. 화가들의 역할을 사진이 뺏어가게 되면서 예술계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곧 사진기가 따라할 수 없는 그림을 찾기 시작했고, 사진과 같은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화가의 시각에서 빛의 인상을 담아내고자 하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등장하게 되었죠. 카메라와 같은 기술에 대항하여 등장했던 인상주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당시까지도 기술과 예술은 서로 결합되어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서로 거리를 두는 상황이었습니다.
백남준 <TV 부처 (TV Buddha)>,1974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술과 예술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1차 세계 대전 말부터 등장한 다다이즘에서는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에 저항하며 새로운 조형 방식과 표현 기법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는데요. 이때 포토몽타주와 같은 기법이 등장하면서 작가들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비디오와 영화가 차례로 등장했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는 텔레비전이 보급되고, 소니가 출시한 휴대용 비디오 녹화기 포터팩이 대중화 됩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영국의 인디펜던트 그룹, 백남준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예술을 기계 매체와 연계시키는 시도들을 하며 비디오 아트가 발전하게 됩니다.
3차 산업혁명 이후부터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뉴미디어 아트가 등장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 또한 점점 더 늘어나게 되었는데요. 오늘날에도 VR,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베이스의 작가들이 예술계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