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PC통신 등을 통해 사람들은 순전히 ‘텍스트’로만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의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및 UI 시스템의 성능이 발전하고, 디지털 서비스들이 사람들의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본인을 특정하는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했죠. 이것이 디지털 캐릭터와 아바타의, 필요에 의한 탄생입니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본인 스스로를 특별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픽이 더 좋아져서일까요, 인터넷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일까요, 혹은 현실의 권한과 능력을 가상에서 입증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이유가 무엇이든, 그 이후로 사람들은 가상 공간에서 본인들을 대리하던 캐릭터나 아바타가, 말 그대로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바타는 더 이상 게임 속 캐릭터뿐만이 아닌, 경제활동을 하고,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자아가 되었습니다.

인간 모델 컴퓨터 그래픽의 신기원, 언리얼의 메타휴먼 - Source by MetaHuman
이 과정에서 아바타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의 나와 분리된, 가상 그리고 이상의 페르소나이며, 두 번째는 현실의 나를 최대한 정확히 복제한 분신입니다.
두 개념을 정의하는 단어는 여러 매체에서 각양각색이지만, 과거 XOLogue 칼럼 중에는 첫 번째 개념, 즉 **나와 다를 수 있는 아바타(또-다른-나)**를 중점으로 다룬 글이 있었죠. 본 칼럼은 두 번째 개념, 즉 현실의 나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기려는(나-같은-나) 사람들의 의지와 그 기술의 진화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합니다. 물론, XR 공간까지 말이죠.
![듀랑고 커스터마이징 (캐릭터 설정) - [출처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191339]](attachment:258b44e5-ea72-461b-b1b9-b6fa3b32c562:i15295740182.jpg)
듀랑고 커스터마이징 (캐릭터 설정) - [출처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191339]
XR 매체가 아닌 2D 매체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것은 대부분 2D 이미지와 단순 3D 캐릭터였습니다. 메신저 프로필 사진, SNS 셀카, 게임 캐릭터 초상화. 지금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프로필 이미지와 내 캐릭터라는 개념은 지금까지 가장 오랫동안 온라인 정체성의 기본 단위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혹자는 남자면서 이른바 여캐를 고르고, 키를 비롯한 외모를 설정하는 여러 값들을 본인의 이상향에 두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 본인과 매우 유사한 외형의 캐릭터를 제작하고 그것을 즐깁니다. 매우 유사한 외형을 제작하기에 선택지가 좁거나, 충분한 ‘금손’이 아니라면, 현실에 존재하는 본인의 개성을 표현할 다양한 방법을 찾거나, ‘이건 다른 지구의 나야’와 같은 비루한 정당화를 하기도 하죠.

크래프톤의 인조이https://playinzoi.com/ko/media?tab=ingame_play_clip&page=2
이는 가상의 경제활동에도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 혹은 미리 제작된 캐릭터 모델만 있으면 누구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기업들은 그 가상 캐릭터에 입힐 옷과 장신구, 그리고 피부색과 머리색 등을 다양하게 제공하며, 심지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또한 [심즈], [인조이]와 같은 특정 3D 게임에서는 극한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캐릭터가 제공되고 있죠.
그러나, 아무리 그 캐릭터가 현실적이고, 나와 닮았을지언정, 그것은 ‘베껴 그린 그림’과 같은 개념입니다. 아무리 본인과 비슷한 모습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하더라도, 그것은 매우 정밀한 초상화와 같다는 것입니다. **‘초상화가 바로 나’**라는 이야기와, 단지 **‘본인의 초상화가 마음에 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실상 밀랍 인형과도 동일한 개념입니다 - 출처 S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345227
또한 이 방식은 표정, 시선, 몸짓 같은 사회적 신호를 거의 전달하지 못합니다. 사진을 보고 누구구나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그 사람이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추가 정보를 얻지 않으면 알 수 없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면, 비언어적 표현들을 통해 소통을 할 수 있는 것과는 매우 차이가 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