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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스마트 AR 안경의 알람이 울립니다. 눈을 뜬 당신은 한쪽 렌즈에 뜬 오늘의 일정과 수면 점수를 확인하죠. 손가락을 튕기면 커피가 내려오고, 거울에는 증강현실 앱이 심박수와 체온을 띄워줍니다. 출근길엔 안경이 화살표로 길을 안내하고, 새로 생긴 카페 정보까지 보여줍니다. 일터에서는 AR 헬멧을 쓰고 설비 매뉴얼을 눈앞에 띄워가며 기계를 점검합니다. 퇴근 후엔 VR 헤드셋과 햅틱 조끼를 착용하고 친구들과 가상 모험을 즐기고,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 링이 칼로리와 스트레스 지수를 기록합니다.

이 모든 장면은 더 이상 공상이 아닙니다. XR(확장현실) 웨어러블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매거진에서는 의료, 산업, 엔터테인먼트, 교육 속 웨어러블 사례를 살펴보며, 머지않아 누구나 XR웨어러블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짚어보겠습니다.

의료와 건강: 의사의 눈, 환자의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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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형외과 수술실. 집도의는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특이한 안경을 쓰고 수술에 임합니다. 이 증강현실 수술 안경 덕분에 그는 환자의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UC데이비스 의료원의 Safdar Khan 교수는 척추 수술에 AR 글래스를 활용해 **“엑스레이 투시안경”**과 같은 효과를 얻었습니다. 환자의 척추 뼈와 신경 구조를 3D로 겹쳐 보여주는 영상을 안경 너머로 확인하면서, 최소한의 절개로도 정확하게 나사를 삽입하고 복잡한 부위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수술 정확도가 향상되고 절개 부위가 줄어드니 환자의 회복 시간도 단축되었습니다.

증강현실 수술용 안경을 착용한 척추외과 의사. 수술 중에 환자의 내부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 University of California

증강현실 수술용 안경을 착용한 척추외과 의사. 수술 중에 환자의 내부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 University of California

Khan 교수는 “증강현실 기술 덕분에 척추 수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말합니다. 이전에는 CT나 X-ray 화면을 번갈아 보며 수술해야 했지만, 이제 수술 장면 위에 필요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겹쳐 보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또한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은 애플의 Vision Pro를 수술실에 도입하여, 한 번에 최대 8개의 모니터 정보를 공간 컴퓨팅 헤드셋으로 한눈에 보며 심장 시술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의사는 시선을 이동하거나 손짓만으로 필요한 정보를 불러오고 확대하여 볼 수 있었죠. 그 결과 여러 화면을 보느라 고개를 돌릴 필요 없이 한 곳에 집중하며 시술을 할 수 있었고, 의료진 간의 협업도 원활해졌습니다.

Vision Pro를 사용한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의 실제 영상. - © Stanford University

Vision Pro를 사용한 스탠퍼드 의대 연구진의 실제 영상. - © Stanford University

특히 진단과 외진 등의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 전달 및 연동이 중요한 수술 현장에서 XR 기술이 사용된다는 점은 기존의 ‘실감나는 시각효과’에만 집중된 XR 기술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일터: 증강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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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현장 작업자들은 오늘도 헬멧 위에 홀로렌즈를 장착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안전모 같지만, visor를 내리면 건물 설계도와 배관 위치가 눈앞의 현장 위에 겹쳐 보이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현대건설은 이미 2021년에 BIM(빌딩정보모델) 데이터를 현장에 활용하기 위해 AR 품질관리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와 연동한 이 시스템을 쓰면, 작업자가 실제 건축물 위에 3D 모델을 증강시켜 시공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도면을 들고 다니며 눈으로 비교할 필요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정확한 검수가 가능해졌습니다.

AR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시공위치 및 작업환경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 © 현대건설

AR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시공위치 및 작업환경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 © 현대건설

충주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이 플랫폼을 시범 적용한 결과, 시공 오류를 크게 줄이고 공정 효율을 높였다고 합니다. 현재는 품질 검수 외에도, 지하 매설물 위치 안내나 시설물 유지보수에 AR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현장 작업자들은 눈앞에 떠오른 가이드라인을 따라 배관을 연결하고, 숨겨진 구조물을 피해가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