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오큘러스 리프트 DK1이 세상에 처음 공개됐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이 제품을 다시 본다면 비교하기 민망한, 장난감 정도의 단순한 완성도지만, 분명 그 당시에는 이전과는 다른 **‘몰입감’**의 새로운 지평이었습니다.

Oculus Rift DK1

Oculus Rift DK1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XR은 단순히 ‘보는 기술’의 영역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손을 움직이고, 몸을 기울이고, 심지어 시선을 보내는 행위 하나하나가 가상 공간 속 상호작용으로 바뀝니다. 덕분에 XR을 경험한다는 건 단순히 ‘화면을 본다’ 가. 아닌,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입력 장치가 있습니다. 컨트롤러를 쥐고 버튼을 누르던 방식에서 시작해, 카메라가 손을 인식하고, 장갑을 통해 촉각을 되살리고, 눈동자 움직임으로 화면을 제어하는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입력 장치는 더 이상 주변기기가 아니라, XR 경험 자체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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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XR 입력 장치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왔는지, 그리고 각 기술이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고전 컨트롤러: 있던 것 쓰기

XR 입력 장치의 시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전적인 게임 컨트롤러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쇼크

플레이스테이션의 듀얼쇼크

엑스박스 패드나 플레이스테이션 듀얼쇼크와 같은 컨트롤러는 수십 년간 게이밍 환경에서 가장 보편적인 입력 방식으로 자리 잡아 왔으며, XR의 초창기에도 사실상 표준으로 기능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 출시된 오큘러스 리프트를 위시한 초창기 XR 하드웨어 시장에는, 이들을 위한 전용 모션 컨트롤러가 존재하지 않았죠. 그래서 사용자들은 머리에는 HMD, 손에는 게임 패드를 쥐고 가상 세계를 체험했습니다.

Oculus Rift 에 포함된 엑스박스 컨트롤러 (출처 : Adam Savage’s Tested)

Oculus Rift 에 포함된 엑스박스 컨트롤러 (출처 : Adam Savage’s Tested)

고전 컨트롤러의 가장 큰 장점은 익숙함입니다. 이미 전 세계 수억 명의 게이머가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 조작에 친숙하기 때문에 별도의 학습이 필요하지 않으며, 정밀한 조작과 범용성 역시 강점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컨트롤러 하나로 PC·콘솔·모바일은 물론 XR 기기까지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XR의 본질이 현실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전 컨트롤러는 3D 공간과의 단절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큽니다.

손을 뻗어 물체를 잡으려 해도 실제로는 버튼 입력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가상의 손이 움직이지만 촉각적으로는 단절감이 발생하기에, 몰입감을 저하시킵니다. 또한 제스처나 손동작을 통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소셜 VR 같은 환경에서는 특히 제약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버튼과 스틱이라는 2D적 입력 방식은 XR이 요구하는 직관적 상호작용을 완전히 충족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최근 Quest 3S Xbox Edition 에서도 VR용 6DoF 컨트롤러와 함께 동봉된 Xbox 컨트롤러 (출처 : Xbox)

최근 Quest 3S Xbox Edition 에서도 VR용 6DoF 컨트롤러와 함께 동봉된 Xbox 컨트롤러 (출처 : Xbox)

다만, 고전 컨트롤러는 VR환경에서 완전히 도태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특정 장르와 환경에서는 효율적인 입력 장치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이나 스포츠 게임에서는 정밀한 아날로그 조작을 위해 패드 기반 입력이 선호됩니다. 또한 Xbox Game Pass와 같은 클라우드 게이밍을 VR HMD에서 즐길 때는 패드 호환성이 핵심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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