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 그리고 노인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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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SOMPO CARE

지난해 12월, 한국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불과 6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 재정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일본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1년이 걸렸으며, 덴마크는 42년, 스웨덴은 48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매우 빠르며,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령사회의 구분 기준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됩니다. 국내 주민등록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08년 10.02%를 기록한 이후 2011년 11.01%, 2013년 12.03%, 2015년 13.02%, 2017년 14.02%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15%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19%대를 돌파한 데 이어 연말에는 20%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을 포함해 약 20개국이며, 아시아에서는 2006년 일본이 유일했으나, 이제 한국이 두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 돌봄 서비스가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안심벨, 반려로봇 등 노인을 위한 기술이 꾸준히 보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고령층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이들을 돌볼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실버테크(silver-tech)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XR 기술이 접목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징검다리,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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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내 삶의 심리학 MIND

가족 문화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시설에 상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몸이 불편해 집 밖을 나서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유럽의 성당 투어나 미국의 국립공원 하이킹, 바닷속 신기한 생명체를 만나보는 일은 TV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상현실(VR) 기술은 직접 그 장소에 가지 않고도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외로움을 줄이며,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MIT 연구진은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VR 체험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실험 참가자 6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360도 비디오, 구글 스트리트 뷰, 가이드 투어를 체험하게 했으며, 다른 그룹은 동일한 콘텐츠를 TV로 시청하게 했습니다. 실험 내용은 긴장을 풀어주는 영상, 세계 여행, 문화 행사, 참가자들이 가봤던 장소 등을 포함했습니다.

2주 동안 진행된 실험 후, VR 체험을 한 노인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생생한 체험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VR을 경험한 노인들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텔레비전을 시청한 통제 그룹과 비교했을 때, VR 체험 그룹이 건강 상태와 시스템 만족도를 더 높게 평가했고, 향후 VR을 다시 사용하고 싶다는 의향도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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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R TIMES

또한 VR 여행은 치매 및 인지 장애 예방, 목(경추) 가동 역의 개선 효과 등 치료제로서의 역할로도 입증되었습니다.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신체정보학 분야의 히야마 아츠시 특임 교수는 전국에서 ‘소요풍’ 브랜드로 고령자 개호사업을 전개하는 주식회사 SOYOKAZE와 공동으로 VR 여행이 고령자에게 가져오는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의 유지 및 개선 효과를 밝히는 실증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실험은 SOYOKAZE가 운영하는 서비스 첨부 고령자용 주택 ‘클래식 커뮤니키 요코하마’(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입주자의 협력하에, 평균 연령 88.5세 대상자 24명에게 고글과 같은 형상의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VR 여행 프로그램을 약 4주간 실시하고, 그 전후의 ‘시공간 인지 기능’과 ‘경추(목) 가동 역’의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VR 여행이 고령자의 ‘시공간 인지 기능’과 ‘경추(목) 가동 역’의 개선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여기서 ‘시공간 인지 기능’은, 물건이나 얼굴 등의 인식이나 찾아내는 능력, 도구나 기기의 조작 능력으로, 나이가 들면서 저하하기 쉬워 치매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마운트 디스플레이를 사용한 VR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일상생활보다 목의 움직임이 커져, 이로써 ‘경추 가동 역’의 운동 기능이 개선되었고, 이는 낙상으로 인한 부상 예방과도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