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간이라는 동물은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 정신 덕분에 늘 기이한 행동을 해왔습니다. 예를 들자면, 비행에 대한 집착이 그렇습니다. 참 신기한 동물입니다. 날개도 없으면서 왜 자꾸 하늘로 가려는 걸까요? 레드불이 날개를 달아준다고 하더라도, 원래 없던 걸 얻기는 쉽지 않은데 말이죠.

레드불이 주최하는 인력 비행기 대회에서 똥 옷을 입은 참가자가 두루마리 휴지로 만든 비행기를 타고 날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

레드불이 주최하는 인력 비행기 대회에서 똥 옷을 입은 참가자가 두루마리 휴지로 만든 비행기를 타고 날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나 "미친놈" 소리를 들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도전 끝에, 인간은 결국 '중력' 이라는 감옥을 깨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제는 아예 '지구' 라는 감옥을 벗어나 우주로 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좌 : 라이트 형제 / 우 : 베르너 폰 브라운 출처 : 위키백과

좌 : 라이트 형제 / 우 : 베르너 폰 브라운 출처 : 위키백과

이 위대한 여정에서 뺄래야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상했겠지만, 당연히 VR(Virtual Reality) 기술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인간이 우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VR이 어떻게 활약했으며, 현재는 어떤 식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날지 않고 날 수 있을까?

??? : 날지 않고 날 수 있냐고? 그게 뭔소리?

비행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단하지만, 하늘을 향한 도전에는 언제나 죽음이라는 위험이 따라붙습니다. 모든 동물이 그렇듯, 인간 또한 본능적으로 목숨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물입니다. 호기심이나 도전 정신이 아무리 강해도, 공포라는 감정 역시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 본능이죠.

“Curiosity killed the cat”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Curiosity didn’t kill the cat” 이라면 어떨까요? 인간이 호기심을 충족하면서도 목숨을 잃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면?

이제 VR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케이스가 항공 분야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인간은 날고 싶어 하지만, 죽는 건 싫어하니까요!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고양이를 살릴 수 있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192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에드윈 링크(Edwin Link)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이자 "가상 현실의 효시" 라고 평가받는 Link Trainer입니다.

Link Trainer 출처 : 위키백과

Link Trainer 출처 : 위키백과

1929년, 에드윈 링크는 조종사들이 훈련 중 실수로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일이 잦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실제 비행 없이 조종 기술을 익힐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그는 세계 최초의 비행 시뮬레이터, Link Trainer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장치는 악기 제작 기술에서 착안한 공기압 시스템을 이용해 조종사의 입력에 따라 실제 비행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했으며, 계기판도 실제 항공기와 동일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