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미 XR 체험 세션, [차원:Dimension]

XR이라는 신기술. 그 이름를 알기는 쉬워도, 정작 직접 경험하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메타버스 학회 XREAL의 입장에서도 이실직고해야 하는 지금 XR 업계의 현황이죠. 물론 그 기회가 없지는 않습니다. 과거에는 ‘VR 카페’라는 새로운 방식의 경험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지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죠. 각지의 대학교에서는 XR 체험 공간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우들을 데려가면 항상 **‘이런 곳이 있다니 생각도 못했다’**며 놀라기 십상입니다.

말인즉, 이는 모순입니다. 퀘스트 스토어에는 수많은 게임이 있고, 애플 비전 프로는 점점 문자 그대로의 ‘공간 컴퓨터’가 되어가고 있지만, 지금 XR에게 부족한 것은 오히려 ‘현실 공간’이라니! ‘가상 공간’에 접속하기 위해 ‘현실 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은, 아직 XR 업계가 해결해야 할 모순이자 목적지이죠.

그런데 다름 아닌 오직 **‘VR 명상’**이라는 생소한 경험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있다고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 너머의, 깊은 명상의 차원을 구현하려 한 더블미DoubleMe의 **[차원: Dimension]**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고요한 동굴을 컨셉트로 한 XR 공간, 확실히 센스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고요한 동굴을 컨셉트로 한 XR 공간, 확실히 센스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명상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명상이란 사실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이 복잡한 세상에서 요즘 **‘내려놓기’**를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죠. 더욱이 온갖 미디어에 가득 둘러 싸인 요즘 우리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만히 명상을 하기에는 뭔가 심심하여 유튜브에 명상할 때 듣는 음악, 마음을 비워주는 노래, 또는 백색소음 등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새 쇼츠를 생각 없이 올려보내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되며, 머지않아 앉아있던 또는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주섬주섬 할 일이나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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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시각정보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눈을 감고 있기란 오직 그들 때문에 눈이 아플 때만이 가능합니다. 가장 억울한 것은 평온한 노래를 들으며 잠에 들 것 같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가 나왔을 때, 밝기를 최대로 낮추더라도 초롱초롱한 휴대폰 화면을 굳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인즉, 현실은 명상하는 우리를 초 단위로 괴롭히며, 휴대폰은 명상의 적이라는 겁니다.

오른쪽의 어딘가를 지향하고 있는 이가 바로 에디터입니다.

오른쪽의 어딘가를 지향하고 있는 이가 바로 에디터입니다.

그런 점에서, VR을 착용하고 명상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손바닥만한 사각형에서 비추는 불빛 때문에 그토록 어려웠던 명상을, 모든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미디어-공간 속에서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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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맨 처음 VR을 착용하니 보이는 가이드라인이 친절했습니다. 난해하고 예술적인 컨셉에 치중한 영상이 아니라, 명확히 명상 프로그램의 목적과 컨셉트를 설명하고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려주는 영상 가이드라인이 마음에 들었죠. 명상 서비스는 항상 확실한 목적과 방법을 설정해주어야 합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라는 자율적인 명상 서비스보다, 현대인들에게는 명상하는 방법과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편이 낫기 마련이죠. 덤으로 모델링된 새가 귀엽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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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명상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 매우 잘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임에도 적절한 온습도와 아늑한 조명, 어디 야외 공원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부드러운 빈백 의자가 구비되어 있었죠. 이미 체험을 신청한 다른 학회원들이 몰입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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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스토리를 여기에 작성할 수는 없지만, VR 콘텐츠를 다수 경험해 본 제 입장에서 화면의 품질은 적절했습니다. 특히 더블미의 **[차원: Dimension]**은 여러 개의 컨셉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이를 총망라하는 세계관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그래픽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더블미가 준비한 각각의 컨셉이 각기 다른 명상 목표를 담고 있다는데, 이에 대한 스토리 일부를 영상으로 풀어놓으니 자연스럽게 궁금증이 자극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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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향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VR에서 중요한 감각은 물론 시각이 있고, 그에 맞춘 상호작용이 중요하겠지만, 청각이야말로 사실 VR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적절한 입체음향이 없다면, 아무리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편안한 공간이 보이더라도 그것이 몸 전체로 전이되는 경험은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더블미가 준비한 입체음향은 서비스의 톤에 맞게 안정적이고 웅장한 감정을 이끌어냈죠. 이처럼 VR에 대한 기본을 갖춘 콘텐츠가 요즘에도 많지 않은데, 새삼 반가운 느낌도 들었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