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것이 보인다'
증강현실과 혼합현실을 뜻하는 가장 적절하면서도 핵심을 의미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헛것이 보이는 현상은 '환각'에 가까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는데요. 이제 그 '헛것'과 '현실'이 중첩되어, 현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보들을 통해서 인간 중심의 상호작용, 새로운 사용자 경험, 나아가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이번 1월 4주차 엑스리얼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미국의 라스베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에서 공개된 새로운 스마트글래스 제품들을 다루어보며, 향후 4-6년 이내에 더욱 많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AI 기반의 웨어러블 스마트 안경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틱톡커 'maz1999'가 공개한 미래 비전 영상은 다가오는 스마트글래스의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상상력을 크게 자극합니다. 한 여성이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고 도시를 걷고 있는데, 그녀의 시선 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마시고 있던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재활용을 독려하는 문구가 팝업되어 노출되고, 음식점을 지날 때엔 인기 메뉴 사진과 함께 대기 인원과 시간을 보여주며, 테이블에 앉으면 무거운 노트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듀얼 모니터보다 더욱 광활한 사무공간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심지어 그녀 주변의 공간은 실시간으로 스캔되어 디지털 정보와 결합되고, 그녀가 바라보는 모든 것이 상호작용 가능한 인터페이스가 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먼 미래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비전프로가 출시된 지 약 1년이 흐른 지금, 이 상상은 AI와 광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빠르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명한 안경알 위로 정보가 떠오르는 걸까요, 아니면 카메라로 찍은 현실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걸까요? 현재 스마트글래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경쟁은 바로 이 '보는 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시스루(See-through)' 방식은 말 그대로 안경처럼 투명한 렌즈를 통해 실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 위에 디지털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마치 유리창 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처럼요. 이 방식의 강점은 우리가 보는 현실 세계가 그대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시야가 선명하고 자연스러워서 장시간 착용해도 어지러움이 덜한 것이 장점이죠. XREAL의 제품들이 채택한 '버드배스' 방식은 이 시스루 기술의 대표주자입니다.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도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 실용적이죠.
반면 '패스스루(Pass-through)' 방식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합니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로 현실을 촬영하고, 이를 디스플레이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이죠. 애플 비전 프로와 메타 퀘스트3가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마치 초고화질 카메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데요, 실시간으로 영상을 처리할 수 있어 현실과 가상을 더욱 자연스럽게 섞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