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은 시각의 기술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사람의 몸으로 완성되는 매체입니다.

눈으로 보는 가상 세계가 아무리 정교해도, 손끝의 감각이나 발의 무게감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보고 있는 중’에 머무릅니다. 반대로, 진동 하나나 손의 저항감, 공기의 흔들림 같은 작은 자극이 더해질 때 비로소 현실감이 완성됩니다.

지난 10년간 XR 하드웨어의 발전은 주로 해상도와 시야각, 렌더링 성능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보는 경험’에서 ‘느끼는 경험’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몰입의 정도와 여부는, 시각적 완성도보다, 사용자의 감각과 신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동기화되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영화 「중경삼림」(왕가위, 1994)의 한 장면. 공간 매체 XR이 아닌 평면 매체에서도, 시각적 완성도를 낮추어야만 몰입의 정도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영화 「중경삼림」(왕가위, 1994)의 한 장면. 공간 매체 XR이 아닌 평면 매체에서도, 시각적 완성도를 낮추어야만 몰입의 정도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XR 확장 장비Add-on Device 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손끝으로 진동을 전하는 햅틱 수트부터, 실제 걷는 동작을 반영하는 보행형 장비, 시야를 확장시키는 광학적 애드온, 움직임을 전달하는 시뮬레이터, 그리고 오감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 인터페이스까지, XR 몰입의 경계를 확장하는 기술들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햅틱 피드백

VR을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말합니다.

<aside> 😥

“보이긴 하는데, 만져지지가 않아요.”

</aside>

영화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의 한 장면. 주인공 테오도르가 미래의 영사기와 유사한 매체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으며, 이 장면은 영화에서 테오로드의 삶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영화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의 한 장면. 주인공 테오도르가 미래의 영사기와 유사한 매체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으며, 이 장면은 영화에서 테오로드의 삶의 공허함을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이 한 문장은 XR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냅니다. 시각적으로는 문자 그대로 차원이 다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실제로 만져지지 않는 가상의 물체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촉각 피드백,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 기업인 비햅틱스bHaptics의 촉각 슈트, TactSuit 시리즈입니다.

비햅틱스의 TactSuit 시리즈는 진동을 단순한 효과가 아닌 정보의 언어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습니다. 가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촉각 슈트는 몸 곳곳에 배치된 진동 모듈의 위치와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합니다. 그로 인해 유저들은 가상 공간에서 존재하는 개별 오브젝트들과의 동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자면, 왼쪽 어깨를 스치는 탄환과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하나의 촉각 슈트의 다중 모듈을 통해, 전혀 다른 감각으로 전달되는 것이죠.

bHaptics TactSuit Pro와 Quest 3를 같이 사용하는 모습 [비햅틱스 제공]

bHaptics TactSuit Pro와 Quest 3를 같이 사용하는 모습 [비햅틱스 제공]

이 기술의 핵심은 감각의 동기화입니다. 시각적으로만 존재하던 사건이 손끝의 진동과 함께 들어오면, 뇌는 그것을 진짜라고 인식하며, 이는 단순한 몰입감의 개선이 아닌, 유저 경험의 새로운 지평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전신 착용의 번거로움이나, 배터리 관리, 그리고 게임별 세부 매핑의 차이 등의 한계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촉각 슈트 기술은 머지않아 영화에서나 보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사용자가 가상의 물체를 들었을 때 무게감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내거나, 또 다른 사용자와 손을 맞대고 그 체온을 느낄 때를 상상해봅시다. 그것이 바로 가상 촉각 피드백의 완성형의 일부가 될 것이며, 또한 XR이 현실을 따라잡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입니다.


보행형 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