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이 믿지 못할 광경들을 나는 봤습니다.
오리온 자리 어깨 너머에서 불타는 전함,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C-빔. 그 모든 순간들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요, 비 속의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군요. – 로이 배티, 레플리컨트 『블레이드 러너』
가상이란 현실이 아니기에 가상입니다. 가상 공간은 현실 공간이 아니며, 가상 인간은 현실 인간이 아닙니다. 이따금 그들은 가상인 것이 티가 나고, 현실을 능가하며, 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현실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가상의 것들은 보통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냅니다. 자연 세계에 원래 존재했던 가상의 존재는 신기루와 같은 매우 희귀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없다고 봐야 하죠. 만드는 것만이 끝인 것은 더욱 아닙니다. 가상의 서비스라면 그것을 유지하는 현실의 금속 서버들과 실제 인간 관리자가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인공지능이 눈부심 그 이상으로 불타오르는 발전의 수혜를 받아 엄청난 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현재 우리의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인공지능은 다름아닌 **‘대형 언어 모델’**이며 그것의 역할은 분명 도우미 수준에 국한되어 있죠.

어떠한 국가나 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인간들도 GPT와 Gemini 등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하지 않으며, 그 모델들은 문학 작품에서 걸핏하면 볼 수 있는 존재론적 철학 이야기의 대상이 되지도 않습니다. **‘레플리칸트’**와 **‘써로게이트’**의 이야기는 커녕 그들은 **‘어시스턴트’**만 되어도 감사할 따름인 현황이죠.

그러나 많은 이들이 지금, 가상의 존재에 열광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죠.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성능을 갖춘 인공지능’**이 가상의 존재 뒤에 있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가상의 존재 뒤편에 살아 숨쉬는 인간이 멀쩡히 서 있는’ 경우입니다.
이 글에는 이러한 양가적인 상황에 대하여, 간단한 고민과 고찰을 담아보았습니다. 가상 존재의 뒤편에는 분명 인공지능과 인간, 둘 중 하나가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다면 그 뒤편에는, 진짜가 있는 것일까 가짜가 있는 것일까? 가상 캐릭터라면 그 뒤편에 가상의 본질이 있어야 할까, 혹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뒤편의 실제 인간들만이 가치를 갖는 것인가.

우선 가상의 존재들이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 먼저 찾아보아야 할 듯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형태는, 일종의 로봇이 있죠. 앞서 언급된 [블레이드 러너] 세계관의 ‘레플리칸트’와 [써로게이트]의 ‘써로게이트’ 역시 고도의 기술로 제작된 로봇입니다. 현실에서도 로봇은 가장 보편적으로 가상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보여주는 답변입니다. 철제의 몸체로,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와 완전히 다른 로봇 등등의 모습은 상대방을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부족한, 혹은 이따금 [터미네이터]와 같은 경우에는 압도적인 다른 개체로 보이게 합니다.

한편 버튜버는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의 줄임말로,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이들은 보통 2D 애니메이션이나 3D 모델링을 통해 구현되며, 실제 사람의 음성과 움직임을 반영해 실시간 방송을 진행합니다. 게임 플레이, 팬과의 소통, 노래, 토크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시청자와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구성된 콘텐츠가 많습니다. 외형은 가상이지만, 그 안의 행동과 말은 실제 사람의 개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독특한 가상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갖습니다.
